Five Forces
왜 항공사는 만성 적자이고 ASML은 영업이익률 30%를 찍는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2019년 합산 영업이익률은 2%대였다. 같은 해 네덜란드 ASML은 EUV 노광장비를 사실상 독점하며 영업이익률 26%를 기록했다. 두 회사 모두 엔지니어링 집약 산업에 있지만 수익성 격차는 10배가 넘는다. 이 격차는 경영진 역량이 아니라 산업 구조에서 온다 — 누가 누구에게 가격을 강요할 수 있느냐의 문제다.
5개 힘이 말하는 것: 산업의 수익 가능 상한선
Five Forces는 "얼마나 많은 이익이 이 산업에 남아 있는가"를 분해한다. 각 힘이 강할수록 이익은 그 힘의 주체(진입자, 공급자, 구매자, 대체재, 경쟁자)에게 새어나간다.
신규 진입자의 위협 — 진입장벽이 이익을 지킨다
진입장벽은 자본 규모, 규제, 네트워크 효과, 브랜드, 스위칭 비용으로 구성된다.
- 반도체 파운드리: TSMC의 3nm 공정에 필요한 초기 CAPEX는 200억 달러 수준. 후발주자가 따라오기 전에 세대가 바뀐다.
- 국내 은행업: 인터넷전문은행 인가가 2015년에야 허용됐고, 그나마도 자본금·대주주 요건이 조 단위다.
- SaaS 스타트업: 진입장벽이 거의 없다. AWS 크레딧과 Stripe만 있으면 주말에 런칭 가능 — 그래서 대부분 레드오션이다.
브랜드와 스위칭 비용도 장벽이다. 한국 직장인이 카카오톡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기술이 아니라 친구 그래프다.
공급자의 교섭력 — 집중도와 전방통합 위협
공급자가 소수이고 대체재가 없으면 가격을 부른다.
- 스마트폰 OLED: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고급 OLED 공급의 대부분을 쥐고 있다. 애플조차 조달선 다변화에 10년을 썼다.
- 노트북 CPU: 인텔·AMD 양강 체제지만, 애플은 M시리즈 자체 설계로 공급자 힘을 제거했다. 후방통합(backward integration)의 교과서 사례다.
- 택배 기사: 개별 기사의 교섭력은 낮지만, 노조로 결집하면 공급자 힘이 급등한다. CJ대한통운 파업이 그 증거다.
전방통합 위협도 힘의 일부다. 제조사가 "그러면 우리가 직접 팔겠다"고 말할 수 있으면 유통업체는 굽힌다.
구매자의 교섭력 — 대형 구매자는 마진을 압박한다
- 자동차 부품사 vs 완성차: 현대차 1차 협력사는 현대차 발주에 매출의 70%가 묶여 있다. 단가 인하 요구를 거절할 수 없다.
- 쿠팡 vs 중소 제조사: 월 매출의 절반이 쿠팡에서 나오는 브랜드는 수수료·광고비 인상을 수용한다.
- B2C 소비재: 개별 소비자의 교섭력은 낮지만, 가격비교 사이트가 집단 교섭력을 만든다. 네이버쇼핑이 등장한 후 가전 유통 마진은 절반으로 줄었다.
대체재의 위협 — 산업 경계 바깥에서 온다
대체재는 같은 카테고리가 아니라 같은 Job-to-be-done을 수행하는 다른 제품이다.
- 택시 vs 지하철 vs 킥보드: 출근길이라는 job을 두고 경쟁.
- 커피 vs 에너지드링크 vs 카페인 정제: 각성이라는 job.
- 영화관 vs 넷플릭스 vs 유튜브 쇼츠: 2시간의 가처분 시간을 두고.
전환 비용이 낮을수록 대체재 위협은 커진다. 음반 → MP3 → 스트리밍 전환은 10년도 안 걸렸다.
기존 경쟁자 간 경쟁 — 고정비와 출구장벽이 피를 부른다
경쟁 강도를 결정하는 요인: 산업 성장률, 고정비 비중, 차별화 정도, 출구장벽.
- 항공사: 저성장 + 고정비 80% + 좌석은 코모디티 + 기재 리스 계약 때문에 빠져나갈 수도 없음 → 운임 덤핑 만성화.
- 라면: 농심·오뚜기·삼양이 점유율 80%를 나눠 갖고, 신제품으로 차별화 여지가 남아 있어 상대적으로 평화롭다.
- 편의점: CU·GS25·세븐일레븐이 점포 수 경쟁에 과잉 출점 → 가맹점주 수익성 악화.
6번째 힘: 보완재와 Value Net
Brandenburger와 Nalebuff는 1996년 Co-opetition에서 Porter가 놓친 축을 추가했다 — 보완재(Complementors). 내 제품의 가치를 올려주는 제3자.
- iOS의 가치는 앱스토어 개발자가 만든다.
- 플레이스테이션 5의 가치는 독점 게임 스튜디오가 만든다.
- 테슬라의 가치는 충전 인프라가 만든다.
보완재가 강할수록 내 산업의 파이가 커지지만, 보완재 공급자가 교섭력을 갖기 시작하면 이익을 가져간다. 애플과 Epic의 수수료 분쟁이 전형이다. 플랫폼 경제에서 6번째 힘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디지털 시대에 포터 모델이 깨지는 지점
전통 Five Forces는 선형 가치사슬을 전제한다. 공급자 → 제조 → 유통 → 고객. 양면시장과 네트워크 효과는 이 전제를 무너뜨린다.
- 우버 vs 택시: 택시 면허라는 진입장벽을 "자가용도 택시가 될 수 있다"로 우회.
- 쿠팡 vs 전통 유통: 물류 자체를 인프라로 내재화해 공급자·구매자 경계를 뭉갰다.
- 스레드 vs X: 마크 저커버그는 인스타그램 소셜그래프를 이식해 단 5일 만에 1억 가입자 확보. 네트워크 효과를 외부에서 조달한 사례.
Five Forces는 "이 산업이 얼마나 매력적인가"를 묻지만, 플랫폼 전략가는 "어떻게 산업 경계를 다시 그을 것인가"를 묻는다.
워크트루: 한국 OTT 시장 (2026년 관점)
| 힘 | 평가 | 근거 |
|---|---|---|
| 신규 진입 | 강함 | 콘텐츠 제작 예산만 있으면 진입 가능. 쿠팡플레이·애플TV+가 증명 |
| 공급자 교섭력 | 매우 강함 | 스튜디오드래곤 등 제작사 단가 매년 상승, 스타 작가·배우는 공급자로 작동 |
| 구매자 교섭력 | 중간 | 구독 해지가 클릭 한 번 — 전환 비용 낮음. 단 한국은 계정 공유 단속 약해 실질 이탈은 지연 |
| 대체재 위협 | 매우 강함 | 유튜브·숏폼이 가처분 시간을 잠식. 넷플릭스 내부 문서도 "최대 경쟁자는 잠"이라 명시 |
| 기존 경쟁 | 극심 | 넷플릭스·티빙·웨이브·쿠팡플레이·디즈니+가 콘텐츠 단가 경쟁. 고정비(콘텐츠 투자) 회수 불가능한 구조 |
결론: 산업 매력도 최하. 수익성 있는 플레이어는 OTT 자체가 아니라 OTT에 콘텐츠를 공급하거나(스튜디오드래곤) OTT를 락인 수단으로 쓰는 기업(쿠팡)이다.
다른 프레임워크와의 자리
한계
Five Forces의 맹점 세 가지.
- 정적 스냅샷: 2019년 택시 산업 분석은 2020년 우버를 예측하지 못한다. 힘의 변화 속도를 담지 못함.
- 협력 무시: 얼라이언스·JV·생태계 전략이 수익성을 바꾸는데 모델은 "경쟁"에만 초점.
- 산업 정의의 함정: "우리는 필름 산업이다"라고 정의한 코닥은 "이미지 기억 산업"으로 확장한 경쟁자에게 졌다. 모델은 산업 경계를 주어진 것으로 가정.
그럼에도 유효한 이유는, 이익이 어디로 새는지 가장 빠르게 지도화해주는 도구이기 때문이다. 정밀한 예측 모델이 아니라 진단 체크리스트로 쓸 때 가치가 살아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