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325 The One Thing 북클럽 4주차

4주차 북클럽이 마무리되고 참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지만, 우선 중요한 건 현재 실행 플랜에 대한 수정 계획이다.

우선 BIG & SPECIFIC.

BIG & SPECIFIC한 목표를 설정했지만 도무지 액션 아이템과의 연관성, 도미노의 첫 조각이 보이지 않았다.
우선순위 캘리브레이션이라는 거창한 이름을 달고 실행 계획을 세웠지만, 회고에서 얻게 되는 건 내 무지에서 오는 혼란뿐이다.
유월 님이 말한 모든 내용을 다 소화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특히 아직 초점 탐색이 미숙한 상태에서 너무 먼 곳을 바라보고 의사 결정을 하는 것은 작금의 내 깜냥에 맞는 일이 아니다.
분하지만 현실적인 진단을 내린다.

책이 말하는 BIG & SPECIFIC을 있는 그대로 따르기보다, 내 현재 역량에 맞게 고쳐 입기로 했다.
원띵은 내가 원하는 궁극적인 방향으로 두고, 그 아래에 측정 가능한 하위 목표를 설정하는 구조다.
내가 더 익숙하고 잘할 수 있는 프레임이 이런 프로젝트 단위의 계획인 탓도 있고, 궁극적인 방향과 구체적 숫자 사이에서 내 가슴이 더 열망하고 반응하는 쪽이 전자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실행 의지는 열망으로 붙들고, 실행은 목적의식이 가미된 숫자가 끌고 가는 셈이다.

실행 계획의 다른 문제는 조금 더 심각하다.
원띵을 실행하려다 보니 스타트업이라는 환경 자체가 만들어내는 마찰음이 계속 귀를 때리게 마련이다.
현재 거의 모든 내 일이 사업과 연관되어 있지만 당장 원띵의 방식을 조직 전체에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지금 할 수 있는 가장 큰 임팩트가 있는 일을 고민하다가 내게 익숙한 LEAN 생산방식에서 착안,
낭비—내 원띵을 방해하는 요소—를 식별하고 제거하는 쪽에 먼저 집중하기로 했다.
그 이후 이것을 하면 나머지가 더 쉬워지거나 불필요해지는가?
이 질문을 던지자 의식 한켠에 일부러 미뤄뒀던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름을 붙이자면 "의사결정과 불확실성"이다.
자세히 설명할 순 없지만 조금 추상적으로 풀어보자.

조직 내에 불확실성에 대한 의사결정을 자꾸 미루고 덮어두려는 분위기가 은연중에 있었고, 끝끝내 해소되지 않을 불확실성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이 때문에 프로젝트는 지연되고 있었지만, 그 지연으로 발생하는 손실의 크기가 얼마인지는 당연히 아무도 알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해소할 수 없는 불확실성을 안고 일단 일을 진행해야 한다는 주장은 '고집'으로 비춰지기도 했다.

돌이켜 보면 문제는 주장 자체가 아니라, 그 결정이 되돌릴 수 있는 성질의 것인지 아닌지를 구분하는 기준이 조직 안에 없었다는 데 있었다.
되돌릴 수 있는 일이라면 불확실성을 안고 먼저 움직여도 된다.
되돌릴 수 없는 일이라면 신중해야 마땅하다.
이 구분이 없으니 모든 추진이 무모함으로, 모든 신중함이 회피로 읽혔다.

그래서 비가역성에 대한 판단을, 일의 성격을 구분하는 Categorize 단계에 추가했다.
Bezos의 Type 1 / Type 2 의사결정 구분을 참고해, Type 1으로 분류되는 일—되돌리기 어려운 결정—은 새로 제정할 회사의 공식 의사결정 프로세스로 넘기기로 했다.
그 과정에서 프리모템을 실시하고, 예상되는 실패 가능성들 중 끝내 제거할 수 없는 요소를 식별한 뒤, 그것을 기준으로 합의하고 동결한다.
동결된 기준에 수정이 필요할 경우는 또 다른 비가역성 의사결정 항목으로 분류해 다시 다루기로 한다.
반대로 Type 2에 해당하는 결정은 불확실성을 일정 부분 감수하고, 작게 시도한 뒤 빠르게 수정하는 방식으로 처리한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 일련의 과정은 곧 내 문제의 발견이기도 했다.
실제로 아이젠하워 보드를 만들고 회고를 통해 발견한 내 가장 큰 문제는 흥미를 중요도로 착각하는 패턴을 보인다는 점이다.
(고의적이라는 점에서 죄질이 안 좋다.)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게 아니라 해야 하는 일을 한다.

이 간단한 문장 하나 제대로 실행하지 못하고 문제에 눈을 돌리던 태도는 어쨌거나 반성이 필요하다는 교훈을 마음에 다시 새긴다.

어쨌든 그 속죄와 같이 취한 조치가 바로 위와 같은 고민이다.
문제 회피를 더이상 하지 않겠다는 선언이자 내 나름의 합리적 추론이지만 이게 필요 조건이었을지, 충분 조건이었을지, 아니면 그 둘 모두 아닌지는 역시 뚜껑을 열어 봐야 알겠다.

본래 대부분의 일에서 Simple & Clear를 선호하는 편이다.
이런 방식이 불필요한 절차를 더하거나 복잡성만 키우는 방향으로 흘러가지는 않을지 경계하는 마음도 분명 있다.
DOE를 하듯 차근차근 변수를 하나씩 추가하면서 통제된 환경에서 추이를 관찰해 나갈 계획이고, 너무 복잡한 형태가 되어 나와 조직에게 혼란을 가중시키는 일이 되는 건 철저히 지양하려고 한다.

이 신중함이 나의 원띵에 부합하는가? 라는 질문이 돌연 머리를 때린다.

정말 골이 지끈거린다.

성장통이라 믿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