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328 원띵 의사결정, 이걸 결정하면 나머지가 쉬워지거나 불필요해지는 질문
원띵 의사결정, 이걸 결정하면 나머지가 쉬워지거나 불필요해지는 질문
내가 만든 의사결정 트리의 구조는 단순하다. 결정에는 순서가 있고, 상위 결정이 하위 결정의 범위를 좁혀준다는 것이다.
산발적으로 "이것도 정해야 하고 저것도 정해야 하고"가 쏟아질 때, 전부 동시에 논의하면 회의만 길어지고 제대로 정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대신 "지금 이 하나만 정하면, 나머지 절반은 자동으로 답이 나오거나 아예 논의할 필요가 없어진다"는 지점을 찾고자 했다.
여기에 한 가지를 더했다. 지금 당장 결정하지 않아도 되는 질문—수정이 가능하거나 수정 비용이 적은 질문—은 따로 분류해 두고 1차 논의 대상에서 제외했다.
결정해야 할 항목의 수를 줄임으로써 인지 부담을 최소화하려는 의도였다.
현실에서의 비유
결혼식 준비를 생각해보자. 하객 수, 뷔페 메뉴, 꽃장식, 사진작가, 주차 안내, 답례품… 이 모든 걸 동시에 논의하면 끝이 없다.
그런데 가장 먼저 "몇 명 규모로 할 것인가?"를 정하면 상황이 확 달라진다.
30명 소규모로 정하는 순간, 대형 웨딩홀 비교는 불필요해지고, 뷔페 대신 코스 요리가 자연스러워지고, 주차 문제도 거의 사라진다.
반대로 200명으로 정하면 소규모 레스토랑 선택지가 통째로 탈락한다.
하나의 결정이 수십 개의 하위 결정을 자동으로 좁혀주거나 없애주는 거다.
그리고 답례품이나 청첩장 문구 같은 건 식 한달 전에 정해도 아무 문제 없다.
이런 항목을 지금 같이 논의하면 에너지만 분산되니까, 일단 빼두고 규모→장소→식사 순서로 큰 것부터 잠그는 거다.
이 트리가 해결한 실제 문제
내 결정 트리는 Q0(제약 조건 합의)이 없으면 그 아래 모든 결정이 언제든 뒤집힐 수 있다는 전제에서 시작한다.
Q1(단일 MVP 먼저?)을 정하면 다중 라인업에서 발생하는 하위 질문 묶음 전체가 사라진다.
Q2(동시에 테스트할 구조물 개수)를 정해야 가벽 구조와 통로 설치 유무 논의가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
정리하면, 이 트리의 작동 원리는 "가장 많은 하위 결정을 소거하는 질문을 먼저 던져라"이다.
결정을 더 많이 하는 게 아니라, 결정해야 할 것의 수 자체를 줄이는 것이다.
지루하게 우리를 괴롭히던 문제들이 놀랍게도 이 의사결정 트리 안에서 30분 만에 합의됐다.
이 트리와 문서를 작성하는 데 4시간 이상 소요됐다는 숨겨진 비용이 있긴 하지만(=엄청 귀찮지만…)
충분히 합리적인 접근이라고, 진작 실행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방식을 나와 다른 관계자들이 습관을 들인다면 장기적으로 엄청난 효과를 갖는다고 확신한다.
PS. 관계자들의 배경 지식이 다르므로 서로 문제를 이해하는 방식에 엄청난 차이가 생기는 것을 발견했다.
따라서 회의 문서에 단순히 안건과 질문, 결정 구조를 나열한 것 뿐만 아니라
기초적으로 인식하고 있어야 하는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지식도 참고 자료로 첨부했다.
이 트리 작업은 260325 The One Thing 북클럽 4주차 직후에 진행되어 회고 내용과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